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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원의 미소

category 리뷰/책 2021. 6. 6. 10:11

1930년대 조선의 현실은 어떠했는가.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활발했을 때다.

주인공 세 명은 사회운동을 하면서 동지로 만났고 감옥에 다녀오기도 했다.
감옥을 나온 후에는 먹고 살기 위해서 각자도생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한 명은 백화점 판매원으로 한 명은 신문배달원으로 한 명은 신문사 편집원으로.

신분제가 폐지된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는 여전히 공고했다.
수영은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지만 시골뜨기가 자력으로 일을 구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상전에게 여러 차례 취업 청탁을 하지만 상전은 그 부탁을 받아줄리 만무하다.
그 구차함으로 인한 번민이 몇십년이 지난 내게도 아픔으로 다가왔다.

계숙은 백화점 판매원으로 버는 수입만으로 생활을 꾸리기에는 입에 풀칠조차 어려웠던 것 같다.
문학을 공부하여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조선 안에서 그 꿈을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늘 갈망만 했던 그 꿈을 실현시켜줄 이가 나타났다.
하지만 동시에 수영이 프로포즈한다.
그녀는 사랑과 꿈 사이에서 갈등한다.

가정을 가진 병식이었지만 계숙을 남몰래 사랑한다.
수영이 계숙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고백하라며 부추겼지만 막상 수영이 계숙에게 고백했다고 하니 괴로워한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헤매는 청춘의 불안함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구나 생각했다.

당시 젊은이들은 어디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었을까.


털끝만한 위안도 받지 못하고 현실에 짓눌려 허덕이는 그네들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을 맥이 풀려서 터벌터벌 걸어가는 그네들! 어떠한 희망의 목표를 똑바로 세우지 못하고 생활에 쪼들리며 비틀걸음을 치다가 이름 모를 잡초와 같이 길거리에 식어져버리는 그네들!


(내가 무얼 얻어먹자구 서울바닥에서 이 고생을 하나. 고생 끝에는 무엇이 올까? 사회운동-감옥-자기 희생-명예-공명심-그러고는 연애-또 그러고는 남은 것이 과연 무엇이냐? 청춘이 시들어지는 것과 배고파 졸아붙는 창자 뿐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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