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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악 축제를 처음 참석하지만 그 중 경기필하모닉의 공연을 꼭 보고 싶었다.

이유는 올해 초 성시연이 상임 지휘자로 가게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성시연은 작년 초 서울시향의 공연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때 공연으로 그녀의 존재감은 내게 확실히 각인되었다. 

뭔가 여리하다는 느낌보다는 여장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공연장에 들어가보니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올해 교향악 축제 중 가장 많은 유료관객수가 아니었을까.

1~3층을 거의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합창석도 거의 채운 모습이었으니.

연주자들도 한몫을 했겠지만 그녀의 인기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였을 것이다.


-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 라벨: 피아노 협주곡

-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이번 곡들은 근현대 음악가들의 곡들로 꾸며졌다.

첫 곡은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으로 오후의 나른함을 표현하는 곡이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곡이므로 섬세하게 연주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곡인데 적절히 잘 이끌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곡이 끝나고 뒷 관객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목관 연주 소리가 잘 안 들렸다는 등의 혹평을 하는 것을 들었는데

모든 소리가 반드시 잘 들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곡의 특성에 따라서 때로는 화합이 중요한 곡도 있는 것이고.

물론 이 곡은 목관 연주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으나 그렇게 묻힐 정도는 아니었다.

연주자들이 충분히 자기 기량을 보여주었다 생각한다.


두번째 곡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협연자는 김혜진 피아니스트였다.

고난이도의 기교가 필요한 3악장이 기억에 남았는데 쉴새없이 저음과 고음을 옮겨가며 연주하는 손놀림이 고혹적이었다.

무엇보다 피아노 연주와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돋보였다 생각한다.

협주곡은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고 본다.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너무 크면 상대적으로 협주 소리가 작아지므로 균형이 맞지 않게 된다.

성시연의 리드로 연주자들의 강약 조절이 잘 되어서 김혜진의 연주가 돋보이게 느껴졌다.


마지막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2번과 더불어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중 내가 아끼는 곡이다.

여러 작곡가의 교향곡을 좋아하지만 차이코프스키만의 마력이 있다.

매력이 아니라 마력이다. 한번 들으면 결코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가 않는다.

2악장의 아름다움. 그리고 1악장과 4악장의 강력함. 

특히나 경기필이 연주한 4악장은 중반 이후 빠르게 전개되면서 마치 태풍이 거세게 몰아치는데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막판에는 가슴이 쿵쾅거려서 혼났다.

곡이 다 끝나고 목이 터져라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그만큼 감동적인 무대였기에 박수가 결코 아깝지 않았다.

앵콜곡으로 발레음악인 호두까기인형 중 트레팍을 들려주었다.

짧지만 흥겹게 마무리할 수 있는 곡으로 선택해주어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경기필하모닉의 공연은 또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성시연의 지휘가 있기에 더욱 기대가 되는 경기필하모닉이다.